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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Q 놀이터/동호회 소식

[씨네퀘스트-영화리뷰] '전설의 주먹'

 


액션, 드라마 / 2013 .04 .10 / 153분 / 한국 / 청소년 관람불가 /

감독 : 강우석
출연 : 황정민, 유준상, 이요원, 윤제문
공식사이트 :
http://legendfist.interest.me/

 

2013년 4월 17일 수요일 저녁, 다이퀘스트 영화 동호회 '씨네퀘스트'가 창단 이후, 첫번째 모임을 가졌다. 첫 번째 관람하기로 한 영화는 [전설의 주먹]. 퇴근하고 서둘러 영화관으로 향했고 근처 KFC에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한 후, 팝콘과 음료를 양손 가득 들고 영화관에 입장했다.  

 

 

 

[전설의 주먹]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학창시절 주먹 좀 썼던 ‘아버지의 과거’와 아이들의 학비와 생계유지를 위해 각자의 일터에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아버지의 현재’가 2억원이라는 상금이 걸린 이종격투기 링 위에서 조우하게 된다.
 
'전설의 주먹'이라는 화려하고 거창한 타이틀, 세인들의 관심과는 달리 여기 아버지들의 관심은 온통 자식과 가족 걱정뿐이다. 피 터지는 전투 끝에 수컷이 누릴 수 있는 승리의 쾌감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아들의 유학 자금과 왕따를 당하고 있는 딸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렇게 이 영화의 아버지들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싸우다가 해피엔딩으로 얼레벌레(?) 끝난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 마뜩할만한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베테랑 주연 배우들의 물 오른 연기와 중간중간에 계속해서 터져 주는 소소한 웃음들이 있어 두 시간 넘는 런닝타임이 지루하거나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영화비가 아깝지도 않았다. 그리고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었고 기억에 남는 몇몇 장면들도 아직 생생하게 떠오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학창시절, ‘전설의 주먹’으로 명성을 떨치던 주인공 임덕규(황정민)가 동창회에 나가서 동창들을 만나는 장면이었는데 학창시절 덕규가 폭행하고 돈을 빼앗았던 친구들로부터 ‘니가 어떻게 이런 자리에 나올 수 있느냐?’ 며 면박을 당하고 쫓겨나다시피 그 자리를 뜨게 되는 내용이었다.
 
이 장면은 내가 영화 시작부터 간과하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전설의 주먹’이라는 화려한 덕규의 타이틀 이면에 그 ‘전설의 주먹’ 맛을 봐야만 했던 착한 학생들이 있다는 가슴 아픈 사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학창시절 친구들을 괴롭히던 가해자 '덕규'는 현재 그와 반대로 왕따를 당하는 딸을 바라봐야 하는 피해자의 아버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덕규가 오열하고 고해하는 장면 또한 인상 깊었다.
 
아버지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작년에 ‘아버지’ 가 된 내 입장에서 보면, 이 영화의 덕규는 어느 정도 나를 이입시킬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나도 덕규처럼 지난 날에 어떤 잘못들을 저질렀을 것이고, 내가 기억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아직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과거들이 속죄되기도 전에, 어떤 생각들이 미처 정리되기도 전에 현실은 끊임없이 다가와 자신을 감당하라고 소리친다. 아직 충분한 경제적 능력도, 고상한 인격도 갖추지 못했지만 현재는 불쑥 ‘아버지’의 손에 ‘아이’ 를 건네준다. 자신의 인생 조차도 감당하기 쉽지 않고, 정리되지 않았는데 자식까지 떠안은 것이 세상 많은 아버지의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영화에서처럼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의 역사가 과거에 정승처럼 굳건히 버티고 서있다면,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사랑스러운 자식은 천사처럼 현재 내품에 안겨있다. 이 사실이 세상의 많은 아버지로 하여금 모든 것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